일본 10년물 국채 금리가 9일 장중 2.9%까지 치솟았어요. 1996년 11월 이후 약 29년 8개월 만의 최고치입니다. 다카이치 정부發 재정확대 우려에 중동 리스크까지 겹친 결과예요.
일본 채권시장이 심상치 않습니다. 9일 도쿄 채권시장에서 신규 발행 10년물 국채 금리가 장중 2.9%까지 오르면서, 1996년 11월 이후 약 30년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어요. 일본상호증권 기준으로는 29년 8개월 만이고, 시장 일각에서는 1996년 9월 이후 최고치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어느 쪽으로 계산하든 결론은 같아요. 일본 국채 금리가 30년 가까이 볼 수 없었던 구간에 들어섰다는 것.
근데 이번 상승, 이유가 하나가 아니라 두 가지가 겹쳤다는 게 좀 골치 아파요. 첫 번째는 국내 요인인 '호네부토 쇼크'입니다. 일본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경제재정운영과 개혁의 기본방침' 초안에서 기존에 들어가 있던 '재정건전화'라는 문구가 빠졌거든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지출 기조로 방향을 틀면서, 국채 발행량이 더 늘어날 거라는 우려가 시장에 확산된 거죠. 게다가 이 기본방침이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움직임까지 견제하는 뉘앙스를 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면서, 투자자들이 "그럼 인플레이션은 누가 잡냐"는 불안감에 국채를 팔아치우고 있어요.
두 번째는 외부 요인, 바로 중동 리스크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8일 "이란과의 휴전은 끝났다"고 선언한 데 이어 미 중부사령부가 이란에 추가 공습을 실시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했잖아요. 유가가 뛰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인플레 압력이 커지면 채권 투자자들은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게 되죠. 그렇게 국채 값이 떨어지고(금리는 오르고) 흐름이 이어지는 거예요. 결국 국내 재정 우려와 해외 지정학 리스크가 동시에 국채 매도 압력으로 작용한 셈이죠.
숫자로 보면 더 실감이 나는데, 이번 상승으로 9거래일 연속 금리가 오른 겁니다. 이게 19년 만에 가장 긴 연속 상승 흐름이라고 해요. 시장에서는 이제 "3%가 시야에 들어왔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어요.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구간인데, 이걸 넘으면 또 다른 매도세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사실 일본 국채시장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채권시장이에요. 그만큼 여기서 일어나는 변동이 남 얘기로 안 끝나요. 일본 기관투자자들이 그동안 '엔 캐리 트레이드'로 해외 자산(미국 국채, 신흥국 주식 등)에 투자해왔는데, 자국 국채 금리가 이렇게 매력적으로 올라가면 돈을 다시 일본으로 회수할 유인이 생기거든요. 이게 현실화되면 미국 국채나 다른 나라 자산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2022년 영국 국채(길트) 위기 때도 비슷한 얘기가 있었는데, 규모는 다르지만 구조적으로는 닮은 구석이 있다고 봐요.
엔화 환율도 같이 흔들리고 있어요. 달러/엔이 162엔대까지 올라온 상태인데(엔화 약세), 국채 금리가 오르는데 엔화는 약세라는 게 좀 아이러니하죠. 보통은 금리가 오르면 그 나라 통화도 강세를 보이는 게 정석인데, 지금 일본은 "재정 불안 때문에 금리가 오른다"는 걸 시장이 알고 있어서 엔화 매력이 딱히 안 올라가는 거예요. 오히려 재정건전성 자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신호로 읽는 시각도 있고요.
솔직히 다카이치 정부 입장에서도 딜레마일 것 같아요. 재정지출을 줄이자니 경기 부양 동력을 잃고, 지출을 늘리자니 국채금리가 이렇게 튀니까요. 3%를 뚫을지, 아니면 BOJ가 개입 카드를 꺼낼지 이번 주 흐름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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