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요시 손이 또 한 번 큰 판을 벌였다. 이번엔 프랑스다. 지난주 파리에서 열린 'Choose France' 서밋에서 SoftBank는 최대 750억 유로(약 110조 원)를 투자해 프랑스에 AI 데이터센터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유럽 내 AI 인프라 투자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규모를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이렇다. 1단계로 5년에 걸쳐 450억 유로를 투입해 프랑스 북부 오드프랑스 지역에 3.1기가와트(GW) 용량의 데이터센터를 2031년까지 완공한다. 최종 목표는 총 5GW. 전체 유럽 데이터센터 총 용량이 약 20GW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한 프로젝트만으로 유럽 전체 용량의 25%에 달하는 인프라를 짓겠다는 셈이다.
파트너십 구성도 눈에 띈다. 프랑스 국영 원자력 기업 EDF가 부샹의 폐쇄된 화력발전소 부지를 통째로 제공한다. 에너지 인프라 전문기업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됭케르크 항구에 대규모 냉각 및 전력 클러스터를 함께 짓는다. 데이터센터에서 가장 큰 문제가 전력과 냉각인데, 원자력 기반의 안정적 전력 + 전문 파트너라는 조합이 꽤 탄탄하다.
왜 하필 프랑스냐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몇 가지 이유가 맞물린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원자력 비중이 가장 높아(전체 발전량의 70% 이상) AI 데이터센터가 요구하는 엄청난 전력을 안정적이고 비교적 저렴하게 공급받을 수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외국 기업의 프랑스 투자 유치에 매우 공격적이기도 하다. Choose France 서밋이 바로 그 목적으로 만들어진 행사다. EU의 예측 가능한 규제 환경도 장점이다.
SoftBank 입장에서도 이 베팅은 성격이 다르다. 2017~2019년 비전 펀드 시절엔 WeWork, Uber 같은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에 과도한 밸류에이션으로 돈을 쏟아부었다가 크게 데였다. 이번엔 땅 위에 물리적으로 짓는 인프라다. 훨씬 느리지만 그만큼 안전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리고 SoftBank는 OpenAI의 주요 투자자이자 고객이기도 한데, AI 인프라를 직접 운영하면 그 관계도 달라질 수 있다.
유럽 입장에서 이 투자를 마냥 환영해야 하는지는 좀 복잡하다. 일본 자본이 유럽의 핵심 디지털 인프라를 소유하게 된다는 데이터 주권 문제, 미국과 중국에 이어 이번엔 일본에 의존하게 된다는 우려도 있다. 다만 유럽이 자체적으로 이 규모의 AI 인프라를 빠르게 구축하기 어렵다는 현실도 있다.
2031년 3.1GW가 예정대로 완공될지, 750억 유로가 실제로 다 투입될지는 알 수 없다. 마사요시 손의 과거 선언들이 항상 그대로 실현된 건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이 정도 규모와 구체성은 예전과 다르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