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SEC가 상장사 분기보고 의무를 반기보고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 중이에요. 접수된 의견서 8,080건 중 99%가 반대했는데, 엑슨모빌 CFO는 오히려 찬성했습니다. 통과되면 90년 넘게 이어진 미국 공시 관행 자체가 바뀌는 셈이라 파장이 클 전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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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 뉴스, 겉보기엔 좀 심심해 보일 수 있어요. "공시 서식 하나 바꾸는 거 아냐?" 싶으실 텐데, 사실 미국 자본시장의 근간을 흔드는 얘기입니다. SEC가 지난 5월 상장기업이 분기보고서(10-Q) 대신 반기보고서(신설되는 10-S 서식)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규정안을 발표했고, 지난 7월 7일로 의견 수렴 기간이 마감됐거든요.
이 아이디어 자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부터 꾸준히 밀어온 겁니다. 분기마다 실적을 발표하다 보니 경영진이 장기 전략보다 단기 숫자 맞추기에 매몰된다는 논리예요. 얼핏 들으면 그럴듯한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시장 반응은 정반대였습니다. 접수된 의견서 8,080건 가운데 무려 7,994건, 그러니까 99%가 반대표를 던졌어요. 찬성은 34건에 불과했고 조건부 찬성이 52건이었습니다.
근데 여기서 눈에 띄는 이름이 하나 있어요. 바로 엑슨모빌(ExxonMobil)입니다. 엑슨모빌 CFO 닐 핸슨(Neil Hansen)이 6월 24일 자로 11페이지짜리 의견서를 제출했는데, 반기보고 옵션 도입에 찬성한다는 내용이었어요. 핸슨은 "요즘은 실적 컨퍼런스콜이나 각종 투자자 커뮤니케이션 채널에 훨씬 더 큰 비중이 실리고 있다"는 취지로 설명하면서, 다만 반기보고를 의무화하지 말고 기업이 선택할 수 있게 하자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흥미로운 건 핸슨이 절충안도 제시했다는 거예요. 반기보고를 택한 기업도 1분기·3분기에는 정식 10-Q 대신 8-K 공시로 축약된 재무정보만 내놓자는 아이디어였습니다.
기업 임원 33명이 낸 의견서만 따로 보면 25명 반대, 2명 찬성, 6명 조건부였는데요. 반대 진영에서도 결이 조금씩 달랐어요. 윌단그룹(Willdan Group) CFO 크레이턴 얼리는 보고 빈도를 줄이지 말고 차라리 공시 내용의 깊이를 줄이자고 주장했고, 반대로 아서제이갤러거(Arthur J. Gallagher) CFO 더글러스 하웰은 아예 "삼반기"(triannual) 보고라는 절충 아이디어를 던졌습니다. 내셔널뱅크셰어스 CFO 로라 존스는 유연성 측면에서 찬성 쪽에 섰고요.
이제 공은 SEC 손으로 넘어갔습니다. 실무진이 접수된 의견서들을 검토해서 그대로 채택할지, 수정할지, 재입안할지, 아니면 철회할지를 결정하고 위원들이 최종안을 표결에 부치는 절차가 남아있어요. 개인적으로는 99% 반대라는 압도적 수치를 SEC가 그냥 무시하고 강행하기는 쉽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이 어젠다에 정치적 무게를 실어온 만큼, 완전 백지화보다는 엑슨모빌식 절충안, 그러니까 '선택적 반기보고 + 축약 공시'로 절충될 가능성도 꽤 있어 보여요.
만약 이게 실제로 시행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투자자 입장에선 정보 접근 빈도가 줄어드는 셈이니 단기 트레이더들은 반발할 테고, 반대로 장기 투자자나 경영진 입장에선 분기 실적 압박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겠죠. 미국 대형주를 들고 계신 분들이라면 이 논의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한 번쯤 지켜볼 가치가 있는 이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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