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속] 호르무즈 위기의 진짜 청구서는 유가가 아니라 보험료였어요. 유조선 전쟁위험 보험료가 개전 전보다 최대 4,000배까지 치솟았습니다. 선박 통항이 급감하며 선원 6,000명이 발이 묶이는 등 물류 전반이 흔들리고 있어요.
솔직히 저희도 그동안 유가 얘기만 계속 다뤘는데요, 근데 사실 이 이란-미국 충돌의 진짜 비용은 유가보다 '보험료'에서 먼저 드러나고 있었더라고요. 지난주 브렌트유 90달러 돌파 소식을 전해드렸는데, 그 뒤편에서는 선주들이 훨씬 더 조용하고 훨씬 더 무서운 숫자와 싸우고 있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의 전쟁위험 보험료(war risk premium)가 지금 선박 가치의 3~10% 수준까지 뛰었어요. 개전 전에는 이 비율이 0.25% 정도였으니까, 최대 4,000배 가까이 오른 겁니다. 예를 들어 1억 달러짜리 유조선이라면 예전엔 보험료가 25만 달러 정도였는데, 지금은 300만~1,000만 달러를 내야 통항이 가능하다는 얘기예요. 이 정도면 항로를 우회하거나 아예 운항을 포기하는 선사가 나오는 게 당연한 수준입니다.
실제로 최근 UAE 국적 초대형 유조선 2척이 공격을 받아 선원 1명이 숨졌고, 이란은 주말 새 호르무즈를 지나던 선박 4척을 나포했다고 발표했어요. 지난 6월 미국-이란 양해각서(MoU)로 잠깐 진정되는 듯했던 위험 프리미엄이, 이번 주 다시 공격이 재개되면서 급등한 겁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현재 이 해역에 발이 묶인 선원이 약 6,000명에 달한다며 안전 항로를 통한 대피를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고요.
이게 왜 중요하냐면, 보험료 급등은 결국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로 전이되거든요. 원유뿐 아니라 이 항로를 지나는 LNG, 화학제품, 컨테이너 화물까지 전부 운임 원가가 올라갑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지금 시장이 유가라는 '눈에 보이는 숫자'에만 집중하고 있는데, 정작 공급망 원가에 더 오래 남는 건 이 보험료 프리미엄이라고 생각해요. 유가는 전쟁이 끝나면 금방 빠지지만, 한번 오른 보험 시장의 리스크 프라이싱은 그렇게 빨리 정상화되지 않는 경우가 많거든요.
시장에서는 이미 이 여파가 나타나고 있어요. 세계 최대 유조선 회사인 프론트라인 등 탱커 선사들의 용선료(charter rate)가 꿈틀대고 있고, 일부 트레이더는 아예 호르무즈를 우회해 희망봉을 도는 항로로 계약을 다시 짜고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우회 항로는 거리가 훨씬 길어서 운송 기간과 비용이 동시에 늘어나는 건 당연하고요.
물론 과거에도 호르무즈 리스크가 몇 차례 부각됐다가 사그라든 적이 있어서, 이번에도 결국 진정될 거라는 시각이 없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이번엔 미군 사망자까지 나온 뒤라 확전 우려가 이전보다 훨씬 현실적입니다. 보험시장은 이미 그 리스크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고요.
참고로 이 전쟁위험 보험 시장은 로이즈 오브 런던 같은 소수 신디케이트가 주도하는 구조라, 리스크 평가가 상당히 보수적으로 이뤄지는 편이에요. 한번 나포나 공격 사례가 나오면 보험사들은 곧바로 재평가에 들어가고, 반대로 며칠만 잠잠해도 프리미엄을 빠르게 낮추기도 하거든요. 그만큼 변동성이 크다는 뜻이고, 지금 이 수치 자체가 시장이 실시간으로 매기는 확전 확률표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아요.
한국 입장에서도 남 얘기가 아니에요. 국내 정유사와 해운사들이 원유 수입과 화물 운송에 이 항로를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는데, 보험료 상승분은 결국 운임에 얹혀서 들어옵니다. 당장 눈에 띄는 변화는 아니어도, 몇 달 뒤 물류비 명세서에서 조용히 확인하게 될 가능성이 있어요.
당분간은 유가 헤드라인뿐 아니라 이 전쟁위험 보험료 추이도 같이 봐야 할 것 같아요. 어쩌면 이 숫자가 진짜 확전 여부를 유가보다 먼저 알려주는 선행지표일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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