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퀴드 네트워크 해킹범이 훔친 비트코인 중 3,400개를 자진 반환했어요. 도난액 3억2천만달러 중 85%인 2억6800만달러어치, 나머지 15%는 아직 안 돌려줬습니다. 블록스트림이 버그를 고치자마자 돌려준 걸 보면 '화이트해커'였을 가능성이 커졌어요.
어제 전해드린 리퀴드 네트워크 해킹 사건, 기억하시나요? 비트코인 사이드체인 리퀴드 네트워크의 연합 지갑(federation wallet)에서 약 4,000 BTC, 당시 시세로 3억2천만달러어치가 빠져나간 사건이었어요. 담보 비율이 4.7%까지 떨어졌다는 소식에 크립토 커뮤니티가 발칵 뒤집혔었죠. 근데 딱 하루 만에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사건의 전말은 이래요. 블록스트림이 유지보수하는 오픈소스 비트코인 포크 Elements, 그러니까 리퀴드 네트워크의 사이드체인 소프트웨어에 검증 로직 버그가 있었대요. 이 버그를 이용하면 담보 없이도 L-BTC(리퀴드 네트워크의 래핑 비트코인)를 마음대로 찍어낼 수 있었던 거죠. 공격자는 이 구멍을 파고들어 4,000개 가까운 BTC를 인출했습니다.
근데 솔직히 여기서부터가 진짜 흥미로워요. 자금을 빼돌린 공격자가 갑자기 블록스트림 측에 연락을 취하기 시작했거든요. 방식도 특이했는데,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OP_RETURN 메시지랑 PGP 암호화 텍스트로 소통을 했다고 해요. 메시지 내용은 대충 "버그부터 고쳐라, 모든 노드에 패치가 적용된 걸 확인하면 돈을 돌려주겠다"였다는군요. 협박이 아니라 오히려 협조를 제안한 셈이죠.
블록스트림을 이끄는 아담 백(Adam Back)도 즉각 반응했어요. 팀이 브릿지 노드 패치를 완료한 뒤, PGP 서명이 붙은 온체인 메시지로 "브릿지 노드는 패치됐고, 자금을 돌려받을 준비가 됐다"고 공지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온체인 데이터에 3,400 BTC, 약 2억6800만달러 상당이 리퀴드 연합 지갑으로 들어오는 게 확인됐어요.
문제는 나머지예요. 전체 탈취분의 약 15%인 600 BTC, 대략 5천만달러어치는 아직 공격자 손에 남아있습니다. 완전한 '화이트해커' 서사로 마무리되려면 이 부분까지 반환돼야 하는데, 업계에서는 이걸 일종의 '버그바운티'로 셀프 정산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와요. 취약점을 찾아준 대가로 15%를 챙겼다는 거죠. 물론 블록스트림이 공식적으로 그렇게 인정한 적은 없습니다.
이번 사건, 근데 생각해보면 시사하는 바가 꽤 커요. 리퀴드 네트워크는 거래소나 기관들이 BTC를 빠르고 저렴하게 옮기려고 쓰는 인프라인데, 이런 핵심 브릿지에서 담보 없이 자산을 찍어낼 수 있는 버그가 있었다는 건 심각한 문제거든요. 다행히 이번엔 공격자가 '악의'보다는 '증명'에 방점을 찍은 것 같지만, 다음에도 그럴 거란 보장은 없죠. 크립토 업계에서 브릿지·사이드체인 해킹은 늘 반복되는 아킬레스건인데,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던 셈이에요.
시장 반응은 생각보다 차분했습니다. 비트코인 가격 자체는 이 사건 때문이라기보단 미국-이란 갈등, 국채금리 상승 같은 다른 매크로 요인으로 8만달러 선을 밑돌며 등락을 거듭하고 있었거든요. 다만 온체인 분석가들 사이에서는 "리퀴드 브릿지 신뢰도에 흠집이 갔다"는 평가와 "그래도 85%나 돌아온 건 이례적으로 다행"이라는 평가가 동시에 나오고 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후자 쪽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싶은데, 애초에 이런 취약점이 왜 발견되지 않았는지에 대한 사후 감사(post-mortem)가 뒤따라야 진짜 신뢰 회복이 될 것 같습니다.
남은 600 BTC는 돌아올까요, 아니면 이대로 공격자의 몫으로 굳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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