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충돌이 격화되는데도 금값은 오히려 1.5% 넘게 빠졌어요. 온스당 4,057.76달러, 안전자산 수요보다 인플레이션발 금리 우려가 더 세게 작용한 결과예요. 유가 급등이 되레 금 발목을 잡는 역설적 흐름, 내일 CPI 발표가 다음 방향을 가를 전망입니다.
솔직히 이건 좀 직관에 반하는 얘기예요. 주말 사이 미국이 이란에 추가 공습을 가했고,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다'고 선언했죠. 미 중부사령부는 해협이 여전히 열려 있다고 반박했지만, 어쨌든 확전 우려는 최고조입니다. 이런 날엔 보통 금값이 뛰어야 정상인데, 월요일 국제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4,057.76달러로 오히려 1.54% 하락했어요.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핵심은 유가예요. 브렌트유가 배럴당 79달러 근처까지 치솟으면서(지난주에만 5.4% 상승) 에너지발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가 커졌고, 이게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를 되레 갉아먹고 있거든요. 실제로 시장은 지금 9월 연준 회의에서 추가 '인상' 가능성을 63%까지 반영하고 있어요. 금리가 이자를 주지 않는 금 입장에서는 이보다 나쁠 수 없는 조합이죠. 국채 금리와 달러가 동반 강세를 보이면서 무이자 자산인 금의 매력이 떨어진 거예요.
사실 이런 흐름, 올 들어 몇 번째인지 모르겠어요. 지난 3월에도 비슷한 패턴이 있었죠. 당시 지정학 리스크가 커지는 와중에 금값이 14.5% 빠지는 동안 전 세계 주식(FTSE All-World 기준)은 9% 하락에 그쳤어요. '위기엔 금'이라는 오래된 공식이 최근 들어 꽤 자주 무너지고 있다는 뜻이에요. 모건스탠리 같은 곳에서도 최근 금의 안전자산 지위에 물음표를 던지는 리포트를 낸 걸 보면, 이게 일회성 노이즈는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반대 힘도 있어요. 확전이 주말 동안 지속되면서 저가 매수 성격의 실물 수요는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는 얘기도 있고요(지난주 목요일엔 4,143달러까지 오르며 은 가격도 3% 튀었죠). 그러니까 지금은 '안전자산 수요'와 '금리 상승 압력'이라는 두 힘이 정면충돌하는 구간이라고 보시면 돼요. 이번 주는 특히 후자가 이기고 있는 거고요.
개인적으로는 이 역설이 꽤 흥미로운 신호라고 봐요. 시장이 지금 지정학 리스크 자체보다 '그로 인한 인플레이션과 금리 경로'를 더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만약 이란 사태가 실제 원유 공급 차질로 이어지지 않고 봉쇄 공방으로만 끝난다면, 금은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반대로 정말 호르무즈가 막혀버리면 그때는 인플레 공포가 안전자산 수요를 압도하고도 남을 거예요.
관건은 내일(7월 14일) 발표되는 미국 6월 CPI예요. 직전 5월 CPI는 전년 대비 4.2%까지 튀어 올랐는데, 이번에도 에너지 요인이 얼마나 반영될지가 금값이 4,000달러선을 다시 테스트할지, 아니면 반등할지를 가를 분수령이 될 걸로 보여요. 시장이 이 숫자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내일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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