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벳이 6월 1일, 주식을 발행해 800억 달러 — 우리 돈으로 약 110조 원 — 을 조달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특이한 점이 있어요. 이 회사가 마지막으로 주식을 발행한 게 2005년이에요. 21년 만의 주식 발행입니다. 구글이 검색 광고로 그동안 얼마나 잘 벌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실이기도 하죠 — 지금껏 외부에서 돈을 빌릴 필요가 없었다는 뜻이니까요.
조달 구조를 보면 세 갈래로 나뉩니다. 먼저 버크셔 해서웨이가 100억 달러를 직접 투자합니다. 워런 버핏의 버크셔가 구글에 투자한다는 게 자체로 화제인데, 이 회사는 그동안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사업엔 투자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거든요. 그 다음으로 300억 달러는 기관투자자 대상 인수 방식으로 조달하고, 나머지 400억 달러는 시장에서 점진적으로 주식을 파는 방식(at-the-market 프로그램)으로 마련합니다.
조달한 돈이 어디에 쓰이냐 하면, 전부 AI 인프라 구축입니다. 알파벳은 올해 설비투자(capex)를 1,800억 달러에서 1,900억 달러로 잡고 있고, 2027년에는 이보다 더 늘어날 거라고 했어요. 한화로 약 250조 원이 넘는 금액인데, AI 수요가 공급 가능한 수준을 훨씬 초과하고 있다는 게 이 규모를 정당화하는 근거입니다. 쉽게 말하면 "고객들이 AI 쓰겠다고 줄 서 있는데, 서버가 없어서 못 주는 상황"이라는 거예요.
이게 꽤 중요한 신호인 게, 구글은 AI 경쟁에서 한때 "뒤처지는 거 아니냐"는 말을 들었던 회사입니다. 2023년에 ChatGPT가 나오면서 검색 사업 전체가 위협받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고, 내부적으로도 상당히 혼란스러웠다는 이야기가 돌았거든요. 근데 지금은 Gemini 3.5 Flash를 전 세계 기본 모델로 배포하고, 800억 달러를 조달해 AI 인프라에 쏟아붓겠다는 회사가 됐어요. 불과 2~3년 사이의 변화가 꽤 극적입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참여가 특히 눈길을 끕니다. 워런 버핏은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사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유명한데, 이번에 AI 인프라 프로젝트에 100억 달러를 베팅했다는 건 적어도 "알파벳의 AI 인프라 사업은 이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뜻이겠죠. AI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더라도, AI가 필요로 하는 물리적 인프라 — 데이터센터, 서버, 전력 인프라 — 는 전통적인 사업 논리로 평가할 수 있으니까요.
이번 조달이 시장에서 어떻게 소화될지, 그리고 알파벳이 이 돈을 써서 AI 서비스 공급 병목을 얼마나 빠르게 해소할 수 있을지가 앞으로 주목해야 할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