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가문이 후원하는 크립토 기업 월드리버티파이낸셜이 OCC로부터 신탁은행 조건부 인가를 받았어요. 시가총액 40억달러 스테이블코인 USD1의 발행과 상환, 준비자산 보관 업무가 가능해집니다. 예금 수신과 대출은 안 되지만,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은행권 진출 물꼬를 텄다는 평가가 나와요.
지난 금요일(8월 14일 현지시간), 미국 통화감독청 OCC가 월드리버티파이낸셜(World Liberty Financial, WLF)의 신탁은행 설립 신청에 조건부 승인을 내줬습니다. 결정문 번호는 1385호. 승인 대상은 WLF가 새로 만든 자회사 '월드리버티 트러스트 컴퍼니(World Liberty Trust Company, National Association)'인데요, 이 회사가 정식으로 문을 열면 WLF가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 USD1의 발행·상환, 준비자산 보관, 기관 고객 대상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업무를 연방 인가 은행 지위로 할 수 있게 됩니다.
근데 여기서 중요한 게, 이번 승인이 '최종'이 아니라 '조건부(preliminary conditional)'라는 점이에요. 자본금 조달이나 내부 조직 정비 같은 후속 절차를 다 마쳐야 정식 개업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신탁은행이라 예금자보호 대상 예금을 받거나 일반 대출을 내주는 전통적인 은행 업무는 애초에 할 수가 없어요. 딱 스테이블코인 관련 업무로 범위가 좁혀진 라이선스인 거죠.
USD1은 지금 시가총액이 약 40억달러 정도로, 테더의 USDT(약 1,700억달러)와 서클의 USDC(약 650억달러)에 이어 업계 4위권 스테이블코인이에요. 규모로만 보면 톱2랑 격차가 크지만, 발행 주체가 현직 대통령 가족과 직접 연결된 기업이라는 점 때문에 상징성이 남달라요.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에릭 트럼프 등 트럼프 가문 인사들이 WLF 지분과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고요.
솔직히 이 타이밍이 좀 묘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작년에 통과된 GENIUS법(스테이블코인 규제법) 이후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연방 인가 은행 지위를 노리는 흐름 자체는 업계 전반의 트렌드가 맞아요. 서클도 비슷한 신탁은행 인가를 검토 중이라는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고요. 근데 하필 대통령 가족이 지분을 가진 회사가 그 흐름에서 가장 먼저, 그것도 상당히 빠른 속도로 승인을 받은 모양새가 되니까 이해상충 논란이 안 나올 수가 없죠.
사실 이번 결정을 두고 시장 반응은 크게 두 갈래예요. 한쪽에서는 "스테이블코인 산업이 제도권으로 편입되는 신호탄"이라며 긍정적으로 보고, 다른 쪽에서는 "정치적 특혜 아니냐"는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규제 프레임 자체가 명확해지는 건 스테이블코인 업계 전체에 나쁠 게 없다고 보는 편인데, 그 첫 케이스가 하필 이런 그림이라 뒷맛이 개운친 않네요.
앞으로 지켜볼 포인트는 두 가지예요. 하나는 WLF가 실제로 자본 조달과 조직 정비를 얼마나 빨리 마치고 최종 인가를 받아내느냐, 다른 하나는 이 사례를 발판 삼아 서클이나 다른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얼마나 빠르게 뒤따라오느냐. 만약 신탁은행 인가가 업계 표준 절차처럼 자리 잡으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와 전통 은행 사이의 경계가 지금보다 훨씬 흐려질 가능성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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