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 테크놀로지스와 HPE 주가가 하루 만에 나란히 11%대 폭등했어요. RBC캐피탈이 델에 목표주가 640달러를 제시하며 첫 커버리지를 개시한 게 결정타였습니다. 오라클의 950억 달러 AI 설비투자 재확인이 서버·네트워킹 업체 전반에 온기를 퍼뜨리는 모습이에요.
관련 종목: Dell (DELL) · HPE (HPE) · HP (HPQ) · Oracle (ORCL) · Super Micro (SMCI)
미국 동부시간 9월 11일 정규장, 델 테크놀로지스 주가는 전일 대비 11.98% 급등한 567.30달러에 마감하면서 사상 최고가를 새로 썼어요. 📈 HPE도 11.6% 뛰어 61.49달러, HP는 8.25% 오르면서 세 종목이 나란히 S&P500 상승률 상위권을 휩쓸었습니다. 슈퍼마이크로(SMCI)도 7% 올랐고요. 근데 이게 우연히 겹친 게 아니라 하나의 스토리로 딱 이어져요.
먼저 불을 지핀 건 RBC캐피탈이었어요. 애널리스트 데이비드 페이지가 델을 '아웃퍼폼' 등급, 목표주가 640달러로 커버리지를 새로 시작하면서 "엔드투엔드 포트폴리오, 업계 최고 수준 공급망, 유연한 소비형 모델을 갖춘 델이 계속 점유율을 늘려갈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리포트에 따르면 델은 최근 분기에만 AI 서버 매출 164억 달러를 냈고, AI 서버 수주 잔고는 무려 950억 달러에 달한다고 해요. 매출의 몇 배에 달하는 백로그가 쌓여 있다는 뜻이니, 최소 1~2년치 성장 가시성은 이미 확보된 셈이죠. 같은 날 HP에도 '섹터퍼폼' 등급과 목표가 33달러를 부여했는데, PC 리프레시 사이클과 AI PC 확산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근데 진짜 재료는 따로 있었어요. 바로 오라클이 이번 주 컨퍼런스에서 다시 확인한 2027 회계연도 설비투자(CapEx) 가이던스, 900억~950억 달러입니다. 오라클 CFO 힐러리 맥슨이 "이 자금이 AI 랙, 냉각 시스템, 네트워킹 장비를 공급하는 벤더들로 흘러갈 것"이라며 델과 HPE를 콕 집어 언급했거든요. 오라클 클라우드 매출이 62% 폭증했다는 소식은 이미 지난주에 다뤘었죠(9월 10일자). 이번엔 그 돈이 실제로 어디로 흘러가는지가 확인된 셈이에요. 말하자면 오라클이 쏘아 올린 공이 이제 하드웨어 업체들 실적으로 착지하는 국면인 거죠.
솔직히 이 그림은 꽤 익숙해요. 엔비디아가 GPU를 팔고, 하이퍼스케일러들이 데이터센터를 짓고, 그 안을 채우는 서버·스토리지·네트워킹 장비는 델과 HPE 같은 업체들 몫이거든요. AI 인프라 투자가 GPU 한 품목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랙, 전력, 냉각까지 밸류체인 전체로 번지고 있다는 걸 이번 주가 흐름이 다시 한번 보여준 셈입니다. 다만 이 정도 밸류에이션 상승이 계속 정당화되려면 실제 AI 서버 출하와 마진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그 부분은 다음 분기 실적에서 확인해봐야 할 것 같아요.
한 가지 눈에 띄는 건 델 주가가 올해 들어 4배 넘게 뛰었다는 점이에요. 이 정도 상승률이면 이미 상당한 기대치가 주가에 반영돼 있다는 뜻이고, 향후 실적이 조금이라도 기대에 못 미치면 되돌림도 클 수 있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그래도 950억 달러라는 수주 잔고 숫자 자체는 무시하기 어려운 규모죠.
이번 랠리를 자금 흐름으로 그려보면 더 명확해져요. 오라클이 쏘겠다고 밝힌 950억 달러가 실제로 어느 업체들 매출로 잡히는지를 보여주는 그림입니다.
이런 흐름이 다음 실적 시즌까지 이어질지, 아니면 이미 기대가 과열된 건 아닌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어쨌든 AI 밸류체인이 GPU 업체 한두 곳 얘기가 아니라는 점만은 이번 주 확실히 드러난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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