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가 7월 회의 의사록을 공개했는데, 톤이 생각보다 훨씬 매파적이었어요. "물가 전망이 확 개선되지 않는 한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문구가 그대로 담겼습니다. 9월 인상 가능성이 시장 베팅 기준 50%에서 75%로 단숨에 뛰었어요.
오늘 새벽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 7월 23일 통화정책회의 의사록(accounts)을 공개했는데요, 내용을 뜯어보니 시장 예상보다 훨씬 매파적이었어요. 당시 ECB는 기준금리를 2.25%로 동결했었죠. 6월에 3년 만에 첫 인상을 단행한 뒤라 한 템포 쉬어가는 그림이었는데, 의사록엔 "결정은 여전히 데이터에 달려 있지만, 물가 전망이 유의미하게 개선되지 않는 한 추가 인상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는 문구가 명시됐습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7월 회의 직후만 해도 ECB가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해 신호를 주지 않겠다"며 매우 중립적인 태도를 취했었거든요. 인상 시리즈를 예고하는 것도 아니고, 이번이 일회성이라고 못 박는 것도 아니고. 근데 이번에 공개된 의사록을 보면 그 이면에 상당한 매파적 논쟁이 있었다는 게 드러난 거예요. 특히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 요아힘 나겔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아직 많이 남았다", "여름 휴가 이후에도 계속 금리를 올려야 할 수 있다"고 못박은 대목이 눈에 띄어요.
시장 반응도 즉각적이었어요. 9월 회의에서 25bp 추가 인상이 있을 확률을 금리 선물시장이 기존 50%에서 75%로 순식간에 올려잡았습니다. 근데 재밌는 건 유로화는 오히려 약세를 보였다는 거예요. 매파적 신호가 나왔으면 통화가치가 올라가는 게 일반적인데 정반대 반응이 나온 거죠. 이건 시장이 이미 상당 부분을 선반영하고 있었거나, 아니면 유로존 전반의 성장 둔화 우려가 금리 기대보다 더 크게 작용했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사실 유로존은 요즘 인플레이션 재발 조짐이 좀 있어요. 에너지 가격이 다시 꿈틀대고, 임금 상승률도 쉽게 꺾이지 않고 있거든요. ECB 입장에선 2% 목표로 되돌리려면 좀 더 압박을 가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인데, 문제는 이게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이랑도 맞물려 있다는 점이에요. 지금 연준 쪽에서도 잭슨홀 심포지엄을 앞두고 매파적 발언들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라, 글로벌 채권시장 전체가 긴축 쪽으로 다시 기울어질 가능성이 커 보여요.
개인적으로는 이번 ECB 의사록이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고 봐요. 유럽 국채금리, 특히 독일 분트 금리가 당분간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고, 이게 유로존 기업들 자금조달 비용에도 영향을 줄 거예요. 다만 유로화 약세가 이어진다면 역설적으로 유럽 수출기업들엔 나쁘지 않은 그림이 될 수도 있겠죠. 9월 11일 다음 ECB 회의까지 관련 발언들이 계속 나올 텐데, 그 사이 발표되는 유로존 물가지표들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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