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8월 근원 CPI가 예상치(1.7%)를 웃돈 1.8%로 나왔어요. 스와프 시장의 BOJ 9월 인상(1.25%) 베팅이 8월 초 65%에서 80% 턱밑까지 뛰었습니다. 엔화는 달러당 159엔대서 버티는 중, 오늘 밤 워시 잭슨홀 연설이 다음 변수예요.
오늘 새벽 도쿄에서 나온 숫자 하나가 아시아 외환시장을 다시 깨웠어요. 도쿄도 8월 소비자물가지수, 그러니까 일본 전국 CPI보다 한 달 먼저 나오는 선행지표인데 헤드라인이 전년대비 1.9%, 신선식품 제외 근원 CPI가 1.8%로 나왔습니다. 시장 예상치는 1.7%였으니 딱 0.1%포인트 웃돈 거긴 한데, 이게 은근히 파장이 커요. 식품·에너지까지 뺀 코어코어 지수는 2.0%를 찍으면서 BOJ가 목표로 잡은 2% 라인에 바짝 붙었거든요.
숫자 자체는 크지 않아 보이는데 시장 반응은 확실히 달랐습니다. 스와프 시장에서 9월 17일 BOJ 회의 때 기준금리를 현재 1%에서 1.25%로 올릴 확률이 8월 7일만 해도 65% 정도였는데, 오늘 이 CPI 발표 이후로는 80% 턱밑까지 치솟았어요. 2주 만에 15%포인트 가까이 뛴 셈이니 솔직히 꽤 가파른 변화예요.
사실 BOJ 내부에서도 이미 균열은 있었어요. 지난 7월 회의에서 8대 1로 동결을 결정했는데, 그 1표가 다카타 하지메 위원이었고 그가 제시한 게 바로 1.25%였습니다. 히미노 료조 부총재도 이번 주 잭슨홀에서 9월 인상 가능성에 대해 딱히 반박하지 않았고요. 그러니까 이번 CPI는 방아쇠라기보다는 이미 기울어 있던 저울에 무게추 하나를 더 얹은 느낌에 가깝습니다.
근데 엔화 움직임은 좀 애매해요. 시장 예상만큼 강하게 반응하지 않고 달러당 159엔대에서 큰 변화 없이 버티고 있거든요. 이번 달 들어서는 1.3% 정도 절상됐다고 하는데, 그게 다 이 CPI 때문이라기보다는 최근 있었던 시장 개입성 매수의 여파가 아직 남아있는 걸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달러인덱스도 99.13으로 1주일래 최고치 근처에서 옆으로 기고 있고, 유로·파운드도 각각 1.1652달러, 1.3597달러로 1주일 저점 부근이에요. 결국 지금 외환시장은 딱히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다들 눈치만 보는 구간인 거죠.
한국 투자자 입장에서도 이 흐름은 남 얘기가 아니에요. 원화도 최근 한국은행의 두 차례 연속 금리 인상 이후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만약 BOJ까지 9월에 실제로 인상을 단행하면 엔화와 원화가 동반 강세를 보이면서 아시아 통화 전반의 분위기가 바뀔 수 있습니다. 반대로 워시 의장이 매파적으로 나와서 달러가 다시 힘을 받으면, 이 흐름이 통째로 뒤집힐 수도 있고요.
왜 이렇게 다들 눈치를 보냐면, 오늘 밤 10시(뉴욕시간 기준, 한국시간으로는 밤 11시)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의 잭슨홀 첫 기조연설이 예정돼 있거든요. 취임 후 첫 잭슨홀 무대라 상징성이 크고, 골드만삭스는 이 연설을 앞두고 환율 변동성이 평소보다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어요. 시장은 지금 9월 FOMC 인상 확률을 대략 3분의 1 정도로 보고 있는데, 워시가 매파 쪽으로 기울지 비둘기파 쪽으로 기울지에 따라 이 숫자가 크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워시 연설이 BOJ 인상 베팅보다 더 큰 변수가 될 거라고 봐요. 도쿄 CPI는 사실 예상 범위 안에 있었던 서프라이즈고, BOJ 인상은 시장이 이미 오랫동안 소화해온 시나리오거든요. 반면 워시는 아직 시장이 그의 통화정책 색깔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 발언 톤 하나에 달러·엔·금리 전반이 다 같이 출렁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이 조합 자체가 좀 재밌어요. 한쪽에서는 BOJ가 긴축 쪽으로 확실히 기울고 있고, 다른 쪽에서는 미 연준 신임 의장이 아직 카드를 다 보여주지 않은 상태거든요. 두 중앙은행의 스탠스 차이가 좁혀지느냐 벌어지느냐에 따라 엔·달러 환율의 다음 몇 달 방향이 갈릴 텐데, 오늘 밤이 그 첫 신호탄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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