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8%로 예상(3.0%)보다 크게 낮게 나왔어요. 5월 3.2%에서 뚝 떨어졌고, 월간 기준으로는 올해 처음 마이너스(-0.1%)를 기록했어요. ECB가 기준금리를 올린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매파 명분이 벌써 시험대에 올랐어요.
유로스탯이 오늘(7월 1일) 발표한 6월 유로존 소비자물가 플래시 추정치, 솔직히 시장 예상을 꽤 벗어났어요. 시장 컨센서스는 3.0%였는데 실제로는 2.8%로 나왔거든요. 5월 3.2%에서 한 달 만에 0.4%포인트나 내려간 거고, 월간 물가는 -0.1%로 올해 들어 처음 마이너스를 찍었습니다. 📉
항목별로 보면 둔화가 거의 전방위적이에요. 에너지 물가 상승률이 5월 10.8%에서 6월 8.7%로 가장 크게 꺾였고, 서비스 물가도 3.5%에서 3.2%로 내려왔어요. 식품·주류·담배는 1.9%에서 1.6%로, 에너지·식품을 뺀 근원물가도 2.6%에서 2.4%로 낮아졌습니다. 딱 하나, 비에너지 공업제품만 0.9%로 변화가 없었어요.
근데 이 타이밍이 좀 묘해요. 바로 어제(6월 30일)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가 포르투갈 신트라 포럼에서 "통화정책이 원점으로 돌아왔다(back to basics)"고 선언했잖아요. "더 이상 비전통적 수단에 기댈 필요가 없고, 복잡한 형태의 포워드 가이던스도 필요 없다"는 게 라가르드 발언의 핵심이었어요. ECB는 지난 6월 중동 전쟁발 인플레이션 우려를 이유로 기준금리를 인상해 예금금리 2.25%, 주요 리파이낸싱 금리 2.40%, 한계대출금리 2.65%까지 끌어올린 상태였고요.
그런데 인상 명분으로 내세웠던 중동발 인플레이션 압력이 정작 데이터로는 벌써 꺾이는 모양새예요. 에너지 물가 둔화 폭이 가장 컸다는 게 힌트인데, 도하 협상 재개로 국제유가가 2분기에만 23% 급락한 여파가 여기서도 보이는 셈이죠. "매파로 돌아섰다"고 말한 지 하루 만에 그 근거가 흔들리는 거라, 라가르드 총재 입장에서는 솔직히 좀 민망한 타이밍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시장은 일단 이 숫자를 반갑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예요. 유로화는 소폭 약세로 반응했고, 독일 분트채 금리도 하락 압력을 받았어요. 다만 ECB가 바로 다음 회의에서 태도를 바꿀 가능성은 낮아 보여요. 포워드 가이던스를 폐기했다는 건 거꾸로 말하면 매 회의 데이터에 즉각 반응하겠다는 뜻이니까, 앞으로 나올 지표 하나하나가 전보다 훨씬 큰 파장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죠. ⚖️
개인적으로는 이번 인상이 정치적으로 필요했던 선제 대응이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봐요. 중동 전쟁 프리미엄이 실제 물가에 반영되기도 전에 먼저 움직였다가, 막상 우려했던 인플레이션이 오지 않으면서 애매한 상황에 놓인 셈이죠. 유로존 경제가 이미 둔화 조짐을 보이는 와중에 물가까지 꺾이면, 하반기 ECB가 다시 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다음 ECB 회의 성명에서 이 플래시 추정치를 어떻게 소화할지, 그리고 7월 17일 발표될 확정치가 이 흐름을 다시 뒤집을지 지켜볼 부분이에요. 🇪🇺
사실 이런 급격한 둔화는 채권시장 쪽에서 먼저 눈치채는 경우가 많아요. 독일 분트 국채금리가 최근 며칠 살짝 눌린 흐름을 보였던 것도, 어쩌면 이번 플래시 지표를 앞서 반영한 움직임이었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와요. 반대로 미국 Fed는 여전히 9월 인상 베팅이 살아있는 상황이라,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두 중앙은행의 스탠스가 미묘하게 엇갈리는 모습이라는 점도 흥미로워요. 같은 '데이터 디펜던트'를 외쳐도 어느 쪽 데이터가 먼저 꺾이느냐에 따라 다음 행보가 갈릴 것 같습니다.
물론 플래시 추정치는 말 그대로 잠정치라 확정 발표에서 조정될 여지는 늘 있어요. 그래도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ECB가 6월에 너무 서둘렀던 것 아니냐"는 뒷말이 벌써부터 나오는 분위기고요. 라가르드 총재가 다음 공개 발언에서 이 부분을 어떻게 설명할지, 개인적으로 꽤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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