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분기 GDP 성장률이 연율 1.5%로 뚝 떨어졌어요. 시장 예상 2.1%를 크게 밑돈 반면 GDP 물가지수는 오히려 튀었습니다. 성장 둔화 속 물가 상승,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다시 커지고 있어요.
미국 상무부가 30일(현지시간) 발표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잠정치가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어요. 연율 환산 성장률이 1.5%에 그치면서 시장 예상치 2.1%를 크게 밑돌았거든요. 1분기 2.1%에서 거의 반토막에 가깝게 꺾인 셈인데, 문제는 성장만 둔화된 게 아니라는 점이에요.
같이 발표된 GDP 물가지수가 6.3%로 튀어올랐어요. 시장 예상치 3.6%의 거의 두 배죠. 근데 이게 진짜 무서운 이유는 따로 있어요. 바로 하루 전인 29일 Fed가 FOMC에서 기준금리를 5회 연속 동결하면서 "경제가 견조한 속도로 확장 중"이라고 진단했거든요. 그 진단이 하루 만에 흔들린 셈이에요.
물론 세부 지표는 좀 엇갈려요. 근원 PCE 물가지수(분기 기준)는 3.4%로 예상치 3.5%를 소폭 밑돌았고, 직전 분기 4.4%보다는 확실히 낮아졌어요. PCE 물가지수도 전년 대비 3.7%로 5월 4.1%에서 둔화됐고요. 반면 개인소비지출 자체는 3.2%로 예상치 0.4%를 훌쩍 넘기며 깜짝 반등했어요. 소비자들이 아직 지갑을 닫지 않았다는 뜻이긴 한데, 이 조합이 오히려 시장을 더 헷갈리게 만들어요.
솔직히 이번 지표가 무서운 건 숫자 하나하나보다 조합 때문이에요. 성장은 둔화되는데 물가는 다시 고개를 드는 스태그플레이션 시나리오, 이게 Fed 입장에서는 정말 최악의 조합이거든요. 금리를 내리자니 인플레이션을 더 자극할 것 같고, 올리자니 안 그래도 식고 있는 성장을 더 짓누를 것 같고요. 케빈 워시 Fed 의장이 전날 "화목한 가족 싸움을 원했는데, 제대로 된 싸움을 얻었다"고 농담처럼 말했던 9대 3 찬반 투표가 괜히 나온 게 아니었나 싶어요.
채권시장은 이미 이 부담을 반영하는 중이에요. 29일 FOMC 이후 30년물 국채금리가 2007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고, 다우지수는 하루 만에 1100포인트 넘게 빠지며 1년 만에 최악의 하루를 기록했거든요. 이번 GDP 발표가 그 흐름에 기름을 붓는 모양새인지, 아니면 근원 PCE 둔화가 안도감을 줄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시장이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상황이에요.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19만7000건으로 집계됐는데, 이 정도면 고용시장 자체는 아직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는 신호로 볼 수 있어요. 그러니까 지금 그림은 고용은 버티는데 성장은 꺾이고 물가는 다시 오르는, 다소 기묘한 조합인 셈이죠.
이 조합, 사실 처음 보는 그림은 아니에요. 1970년대 오일쇼크 때도 성장은 죽어가는데 물가만 치솟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있었고, 그때 Fed가 결국 금리를 20%까지 올리는 초강수를 뒀었죠. 지금 상황이 그 정도로 심각하다고 보긴 어렵지만, 성장이 둔화되는데 금리를 못 내리는 딜레마 자체는 투자자들에게 익숙한 공포를 다시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해요.
달러와 금 시장 반응도 흥미로운 지점이에요. 성장 둔화는 보통 달러 약세, 인플레이션 우려는 보통 달러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는데 이번엔 두 요인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외환시장도 방향을 못 잡는 분위기예요. 금값은 이런 불확실성 국면에서 오히려 안전자산 수요를 받을 가능성이 있고요.
개인적으로는 이번 지표 하나로 스태그플레이션을 단정 짓기엔 이르다고 봐요. 분기 데이터는 원래 변동성이 크고, GDP 물가지수 6.3%라는 숫자도 근원 PCE 3.4%와 온도차가 꽤 크거든요. 다만 확실한 건 Fed가 다음 9월 회의까지 운신의 폭이 더 좁아졌다는 점이에요. 매파 3명이 이미 인상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물가 지표까지 나오면, 비둘기파가 목소리를 내기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죠. 다음 주 나올 8월 고용보고서와 CPI가 이 퍼즐의 다음 조각이 될 텐데, 그 전까지는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