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메르츠방크가 유니크레디트와 공식적으로 대화를 시작했어요. 유니크레디트는 2년 만에 의결권 지분 48%까지 확보한 상태예요. 독일 2위 은행의 주인이 사실상 이탈리아로 넘어가는 흐름입니다.
솔직히 이 소식 보고 좀 놀랐습니다. 그 코메르츠방크가요. 2024년 9월부터 딱 2년 동안 "우리는 절대 유니크레디트 밑으로 안 들어간다"며 버티던 그 은행이, 이번 주 실적 발표 자리에서 스스로 "건설적 대화를 시작하겠다"고 밝혔거든요.
배티나 오를로프 코메르츠방크 CEO는 실적 콜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우리 두 기관은 이제 모두에게 가치를 창출하는 길을 찾기 위해 건설적인 대화를 시작해야 합니다." 근데 바로 뒤에 "156년 역사상 가장 강한 코메르츠방크로서" 협상에 임하겠다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백기 투항은 아니라는 거죠,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숫자를 보면 왜 이 타이밍인지 짐작이 갑니다. 유니크레디트는 2024년 9월 지분을 처음 사들인 이후 꾸준히 늘려서 지금은 의결권 기준 48%, 거의 절반까지 왔어요. 다음 정기 주주총회에서 과반을 확보할 거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이 상태에서 계속 대화를 거부하면 그냥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모양새가 될 뿐이니, 차라리 테이블에 앉아서 조건이라도 만드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 같아요.
여기에 실적도 한몫했습니다. 코메르츠방크의 2분기 순이익이 8억9800만유로로 전년 대비 94% 급증했어요. 시장 예상치(8억4500만유로)도 넘어섰고요. 수수료 수익이 특히 잘 나왔다는데, 실적이 좋을 때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과 실적이 나쁠 때 앉는 건 협상력 자체가 다르잖아요. 오를로프 CEO 입장에서는 "우리 지금 잘하고 있으니 함부로 흔들지 말라"는 메시지를 실적으로 먼저 던진 셈이죠.
독일 정부 태도도 바뀌었습니다. 코메르츠방크 지분 12%를 2008년 금융위기 구제금융 때부터 쥐고 있는 독일 정부인데,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가 최근 "이 합병을 막을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어요. 재무부는 그래도 유니크레디트의 "공격적인 접근"에 대해 비판적인 톤을 유지하고 있긴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대놓고 막아서지는 않겠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근데 진짜 관전 포인트는 따로 있어요. 두 은행 사이의 근본적인 시각 차이입니다. 코메르츠방크는 자사의 국제 네트워크(특히 폴란드, 중동유럽 쪽 사업)를 전략적 핵심 자산으로 보는 반면, 유니크레디트는 코메르츠방크를 독일 시장에 집중시키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가 나와요. 이 부분에서 합의가 안 되면 "대화는 시작했지만 딜은 안 된다"는 시나리오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사실 유럽 은행업계 입장에서 이건 그냥 두 은행만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유럽은 오랫동안 "역내 은행 통합이 너무 더디다"는 지적을 받아왔거든요. 미국이나 중국 은행들에 비해 규모의 경제를 못 만든다는 거죠. 코메르츠방크와 유니크레디트의 딜이 실제로 성사되면, BNP파리바나 산탄데르 같은 다른 대형 은행들도 국경을 넘는 M&A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대화 시작이 결국 딜 성사로 가는 수순이라고 봅니다. 지분 48%를 쥔 상대와 2년을 버텼는데 정부까지 손을 떼면, 남은 카드가 별로 없거든요. 다만 가격이나 지배구조 조건에서 코메르츠방크가 얼마나 더 받아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겠죠.
유니크레디트 CEO 안드레아 오르첼도 이 딜에 상당한 공을 들여온 인물이라, 이번 대화가 어느 선에서 마무리될지 지켜볼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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